청와대 '낙점' 사라졌다고 기관장 인사 손 놓은 장관들

입력 2016-12-13 20:40  

현장에서

이태훈 경제부 기자



[ 이태훈 기자 ]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1일 임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서울 서린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서다. 언제 떠날지 모르지만 새해 사업계획 보고도 받을 예정이다.

주요 공공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공기관이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3~5명의 후보를 추리면 관계부처 장관이 그중 한두 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임원추천위를 열 때부터 이미 누가 될지 정해져 있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에서 ‘낙점’한 인사가 있고, 나머지 후보는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게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시기와 공공기관장 인사가 ‘올스톱’된 시기가 겹치는 건 그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처럼 기관장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공공기관만 20여곳에 달한다. 청와대에서 ‘오더’가 내려오지 않으니 공공기관들이 임원추천위도 못 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잘못된 공공기관장 인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의중에 따라 낙점자를 정하지 말고 정상적인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기관을 산하에 거느린 장관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유고상태라며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기관장 임기가 끝났거나 만료될 예정인 공공기관에 기관장 채용 공고를 내도록 장관이 독려해야 한다.

임원추천위는 절차에 따라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하고, 장관이 후보 중 적임자를 골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제청하면 된다. 황 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다면 정치권도 이의를 제기하긴 힘들 것이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라고 공공기관에 임기가 끝난 사장을 계속 앉혀 놓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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